2025년, 우리는 여전히 ‘속도’와 ‘성과’ 중심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쪼개 쓰며 생산성을 높이고, 멀티태스킹을 미덕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바로 '바쁜 삶' 대신 '윤택한 삶'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일을 줄이거나 소극적인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다른 삶의 방향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이 글에서는 바쁜 시대 속에서 ‘윤택함’을 삶의 가치로 삼은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것이 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지 탐색해 봅니다.
속도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선택
윤택한 삶은 더 많이 가지거나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바쁜 시대의 특징은 외부의 요구와 자극에 반응하며 자신을 놓치기 쉬운 구조라는 데 있습니다. 반면 윤택함을 선택한 사람들은 '속도'보다 '방향'에 집중합니다. 이들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을 중심에 두고 삶을 설계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운시프팅’입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지방 소도시로 이주해 작게 살아가는 사람들, 고소득 프리랜서 일을 줄이고 하루 5시간만 일하며 나머지 시간을 책 읽기와 가족과의 산책으로 채우는 사람들. 이들의 공통점은 ‘바쁘지 않지만 충만한 삶’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소득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일상에서의 만족과 정신적 풍요로움을 우선시합니다. 이는 단순한 은퇴 준비나 탈도시 현상이 아니라, ‘삶의 질’을 삶의 목표로 삼은 의식적 전환입니다.
시간을 다르게 사용하는 사람들
윤택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시간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이들은 시간이 돈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시간이 곧 ‘삶의 품질’ 임을 인식합니다. 예컨대,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어 바쁘게 살아가는 대신, ‘느리게 걷기’, ‘온전히 식사하기’, ‘깊이 있는 대화하기’ 같은 활동에 시간을 투자합니다. 이들은 휴식과 일 사이에 명확한 경계를 두며, 일하지 않는 시간이 곧 낭비라는 사회적 편견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일례로, 매일 아침 30분간 명상을 하고 하루 한 끼는 꼭 가족과 식사하며, 주말마다 가까운 산책로를 걸으며 책을 읽는 루틴을 지닌 직장인 D 씨는 “출세보다 중요한 건 내 시간을 내가 쓰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하지만, 퇴근 후 시간을 쪼개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오랜 친구들과 격주로 책 모임을 갖는 데서 인생의 윤택함을 느낍니다. 바쁜 시대에도 시간의 주도권을 갖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소비보다 감각을 중시하는 삶
윤택함을 추구하는 삶은 소비의 패턴에서도 드러납니다. 바쁜 시대의 소비는 빠르고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윤택함을 선택한 사람들은 소유보다는 경험, 감각,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예컨대, 최신 전자기기를 사는 대신 주말마다 소규모 전시회를 보러 다니고, 명품 대신 오래된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이들은 소비가 아니라 ‘감상’의 능력을 삶의 일부로 삼고 있습니다.
그들은 “비싸서 좋은 것”보다 “나와 맞는 것”, “지금 필요 없는 것”보다 “계속 곁에 둘 수 있는 것”을 고릅니다. 패스트패션보다 중고 옷을, 외식보다 직접 만든 식사를 선호하며, 주말마다 쇼핑몰이 아닌 도서관이나 공방을 찾습니다. 이런 선택은 단지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삶을 더 깊이 있게 느끼고,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느끼기 위한 의식적인 행위입니다. 윤택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물건보다 기억에, 자극보다 여운에 더 가치를 둡니다.
관계에서 오는 충만함
바쁜 시대의 인간관계는 표면적이고 실용적일 때가 많습니다. 업무 중심, 네트워크 중심, 효율 중심의 관계가 대부분이며, 진짜 마음을 나누는 관계는 점점 줄어듭니다. 반면 윤택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적지만 깊은 관계’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들은 자주 만나지 않아도 마음이 연결된 친구, 함께 침묵할 수 있는 가족,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이웃을 곁에 둡니다.
이들은 관계에서도 속도보다 깊이를 추구합니다. 생일 선물보다 함께한 시간, 명절 인사보다 평소의 안부 한 마디를 더 가치 있게 여깁니다. 또한 SNS의 과잉 연결보다 소수의 진심 어린 대화를 선택하며, 때로는 외로움도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통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윤택한 사람들의 인간관계는 결코 많지 않지만, 그들은 관계에서 오는 정서적 안정과 지지를 기반으로 더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갑니다.
바쁜 시대에도 윤택함을 선택하는 것은 가능하며, 그 선택은 삶의 방식과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속도와 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나의 리듬을 되찾고, 진짜 필요한 것들로 삶을 채워가는 과정. 그것이 윤택한 삶입니다. 지금 우리는 모두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계속 바쁘게 살 것인가, 아니면 윤택하게 살아갈 것인가. 중요한 것은 속도를 늦춘다고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삶을 살아야 비로소 ‘내 인생’을 사는 것이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