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있는 삶’이라는 표현은 20대에게는 때로는 낯설게 들립니다. 치열한 취업 준비, 불안한 경제 상황, 비교에 지친 SNS 속 일상, 불확실한 미래까지. 많은 20대는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데 집중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는 삶은 20대에게 불가능한 것일까요? 이 글에서는 20대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여유를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들을 통해 ‘가능한 여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현실 진단: 여유가 사치처럼 느껴지는 시대
현재의 20대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다양한 정보를 접하며,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더 큰 불안과 압박을 안고 살아갑니다. 취업 시장은 좁아지고, 스펙 경쟁은 치열하며,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기준이 계속 높아집니다. SNS에서는 타인의 성공과 삶의 질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며 비교와 자책을 반복하게 만듭니다. 등록금과 생활비로 인한 학자금 대출, 안정되지 않은 일자리,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주거 상황 등은 여유에 대한 상상을 어렵게 만듭니다. 실제로 많은 20대는 ‘여유’를 말하면 ‘현실을 모른다’는 반응을 걱정합니다. 삶의 기반이 다져지기 전에 여유를 말하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유는 반드시 부나 시간이 많을 때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같은 시대일수록, 여유는 의식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삶의 전략입니다.
현실 속 여유를 만드는 3가지 제안
첫째, 비교에서 벗어난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20대는 흔히 또래와의 비교에 가장 민감한 시기입니다. 대학, 직장, 외모, 연애, 경제력 등 모든 것이 비교 대상이 되며, 이 비교는 끊임없는 불안과 박탈감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비교의 기준이 외부에 있는 한 여유는 절대 찾아오지 않습니다. ‘나는 어디쯤 와 있지?’보다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인식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루 10분이라도 나에게 집중하는 글쓰기, 소리 내어 나의 감정을 정리해 보는 루틴, 일주일에 한 번은 스마트폰 없이 보내는 시간 같은 작고 구체적인 실천이 ‘비교하지 않는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둘째, 불안한 미래보다 지금 이 순간의 루틴에 집중하는 태도입니다. 20대는 미래에 대한 계획과 불안 사이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만 집중하면 현재는 늘 부족하고 불완전하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하루의 루틴을 스스로 정하고 지켜나가는 작은 반복이 오히려 삶의 안정성을 높입니다. 예를 들어 아침 30분 일찍 일어나 산책하거나, 매주 월요일에 좋아하는 영화를 한 편 보는 것, 자신만의 공부 시간을 만들어 놓는 것 등은 지금을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 루틴은 삶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감각을 심어주고, 여유를 내면에서 만들어주는 핵심 도구입니다.
셋째, 관계의 질을 바꾸는 것입니다. 20대는 넓은 인맥보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 한두 명이 훨씬 더 큰 심리적 안정과 여유를 줍니다. 친구, 가족, 연인, 선배 등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자주 보느냐’보다 ‘얼마나 진솔하게 대화하느냐’가 중요합니다. SNS로 수백 명과 연결되어 있어도 정작 외롭고, 매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있어도 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다면 진짜 연결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말할 수 있는 관계, 내가 기대지 않아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감각은 20대의 불안정한 기반 위에서 여유를 가능하게 하는 심리적 지지대가 됩니다.
가능한 여유, 그것은 선택과 태도의 문제
여유란 반드시 경제적 풍요나 시간의 잉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출발합니다. 하루가 바쁘고 피곤해도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확보하고,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아도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있을 때 여유는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아르바이트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하늘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짧은 시간, 북적이는 지하철 안에서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세상과의 거리감을 조절하는 감각, 주말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쉼’을 누리는 태도는 모두 여유의 실천입니다. 여유는 환경이 아니라, 내가 지금 나에게 어떤 시간을 허락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20대에게도 여유는 충분히 가능하며, 오히려 지금부터 그 감각을 키우는 것이 평생을 지탱해 줄 내면의 자산이 됩니다.
20대는 불안정하고 경쟁적인 현실에 놓여 있지만, 여유는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외부 조건이 완벽해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돌보고 삶을 구성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여유 있는 삶의 시작입니다. 비교를 멈추고, 루틴을 만들고, 진짜 관계에 집중할 때 비로소 20대의 삶도 균형과 만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유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용기이며, 그 첫 발은 거창하지 않은 작은 선택에서부터 시작됩니다.